[자부통 연재 06] 인적통제장치: 순환근무제 / 명령휴가제
회계팀에서 연차를 쌓다 보면 결국 깨닫는 진리가 하나 있다. 아무리 시스템을 촘촘하게 설계하고 전산 통제를 강화해도, 결국 그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내부통제 RCM의 기술적인 요소들을 아무리 완벽하게 갖춰 놓아도, 사람이 마음먹고 속이려 들면 구멍은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 연재의 여섯 번째 주제인 인적 통제 장치는 자금 사고 방지의 마지막 퍼즐이자 가장 어려운 영역이다. 믿음이 아닌 시스템으로 관리해야하는 인적통제장치에 대해 알아보자.

1. 순환근무제: 한 사람이 한 업체만 10년 넘게 담당할 때 생기는 리스크
회계팀은 전문성이 중요한 조직이다 보니 한 사람이 특정 업무나 거래처를 오래 담당하는 것을 ‘효율적’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내부회계관리제도 관점에서 이는 가장 위험한 리스크 요인 중 하나다.
(1) 익숙함이 만드는 부정의 틈새
특정 직원이 특정 거래처를 10년 넘게 전담하면, 시스템이 잡아내지 못하는 비공식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담당자는 거래처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되고, 이는 곧 가공의 거래나 대금 과다 청구를 눈감아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장부상으로는 완벽한 증빙이 갖춰져 있어도, 실상은 담당자와 업체 간의 유착에 의해 자금이 유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2) 실무 선배의 관점: 업무의 블랙박스화 방지
오래된 담당자는 본인만의 ‘업무 노하우’라는 명목하에 업무 프로세스를 블랙박스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건 나만 아는 히스토리가 있다”는 식의 태도는 타인의 접근과 검토를 차단하는 방어기제가 된다. 순환근무는 단순히 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누적된 잠재 부정을 강제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장치다.2. 명령휴가제: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명령휴가제는 담당자에게 불시에 휴가를 명령하고, 그 기간에 다른 직원이 해당 업무를 대신 수행하며 이상 여부를 점검하는 제도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었지만, 일반 기업 실무에서는 여전히 정착이 쉽지 않다.
(1) 부재 중에 드러나는 부정한 징후
횡령을 저지르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절대로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인이 자리를 비웠을 때 누군가 대신 업무를 처리하다가 조작된 전표나 불일치하는 잔액을 발견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 대체 업무 수행의 힘: 담당자가 휴가를 간 사이, 후임자나 동료가 대신 통장을 조회하고 전표를 치다 보면 평소와 다른 패턴이나 설명되지 않는 송금 내역을 발견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 심리적 억제 효과: “내가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 내 업무를 낱낱이 들여다본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부정한 마음을 먹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예방책이 된다.
(2) 실무상 어려운 점과 해결방안
- 어려움: “나를 못 믿는 거냐”는 직원의 감정적 반발과, 인력 부족으로 인해 휴가 기간 업무 대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크다.
- 해결방안: 명령휴가를 ‘감사’가 아닌 조직의 건강 검진으로 프레이밍해야 한다. 또한, 전 인원을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면 자금 집행, 법인인감 관리 등 핵심 리스크 담당자를 우선 순위로 정해 연 1회라도 반드시 시행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3. 내부감사부서의 역량 제고: 감사가 형식적인 체크에 그치지 않으려면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종이 호랑이’가 되지 않으려면, 최후의 감시자인 내부감사부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 체크리스트 너머의 실질적 감사
많은 기업의 내부감사가 RCM상의 체크리스트에 ‘Yes/No’를 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진짜 감사는 데이터 간의 상관관계를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 이상 징후 분석(Anomaly Detection): 결산 마감일(D+2, D+3)에 집중된 거액의 대체 전표, 특정 시점에 반복되는 자금 이체, 주말이나 심야에 발생한 인터넷뱅킹 접속 기록 등을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 현장 실사와의 연계: 서류상의 숫자와 실제 창고의 재고, 실제 금융기관의 잔액증명서를 대조하는 현장 중심의 감사가 병행되어야 한다.
(2) 실무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
내부통제 실무자는 감사팀을 ‘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감사팀의 날카로운 지적이 내 업무의 결점을 미리 보완해주고 나를 잠재적 책임으로부터 보호해준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감사부서는 단순한 사후 적발을 넘어, 현업 부서에 내부통제 교육을 실시하고 가이드를 제공하는 조력자로서의 역량도 갖춰야 한다.
4. 실무자의 요약 및 조언
현장에서 사람을 관리하는 통제를 적용하다 보면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서로를 의심하며 일하게 됐나” 하는 씁쓸함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후배들에게 순환근무를 지시하거나 불시에 업무를 점검할 때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선배로서 분명히 말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시스템에 의한 인적 통제는 직원을 ‘의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이 ‘사고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과 신뢰를 몰아주는 것은 그 사람에게 너무나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이자,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방관일 수 있다.
결국 내부통제의 완성은 완벽한 엑셀 시트가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는 인적 관리 시스템에서 나온다. 업무 분장과 순환근무가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더라도, 그것이 회사의 자산과 여러분의 동료를 지키는 가장 인간적인 방패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 순환근무제는 특정 업무의 독점과 블랙박스화를 방지하여 담당자와 거래처 간의 유착 고리를 끊어내는 필수적인 예방 통제 장치다.
- 명령휴가제는 담당자 부재 시 업무를 교차 점검함으로써 잠재된 부정을 적시에 발견하는 강력한 적발 통제이며, 이를 조직의 정례적인 건강검진 프로세스로 정착시켜야 한다.
- 내부감사부서는 형식적인 서류 점검에서 벗어나 데이터 분석과 현장 실사를 결합한 실질적인 감사를 수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 인적 통제의 실효성은 경영진이 솔선수범하여 ‘신뢰보다 시스템’이라는 문화를 조성할 때 확보되며, 실무자는 이러한 통제가 조직 전체의 안전벨트임을 인식해야 한다.
